주문 들어올 때마다 한 장씩 굽던 CD…스트리밍 시대 '추억'을 플레이하다

입력 2024-02-22 16:52   수정 2024-02-23 02:39


어린 시절, 부모님이 내 방에 제법 커다란 오디오를 놓아준 날이 생생하게 기억난다. 작은방에서 위엄을 자랑하던 오디오 옆에는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 전곡 카세트테이프 세트와 차이콥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이 담긴 CD가 놓여 있었다. CD보다는 카세트테이프 쪽이 더 익숙했지만 언제나 먼저 손이 가는 것은 CD였다. 플라스틱 케이스 속 도넛처럼 생긴 동그란 물건을 꺼내 가운데 구멍에 손가락을 쏙 끼워 넣고 조심스레 CD롬 위에 얹는 행위는 퍽 신선하게 느껴졌다. 그렇게 매주 일요일 아침 방이 떠나가라 차이콥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 음반을 오디오에 올렸다. 가족 중 누구도 클래식 애호가는 아니었지만 반기지 않을 이 또한 아무도 없었다.

레코드판(LP)까지 재생 가능한 올인원 컴포넌트와는 머지않아 이별해야 했다. 마침 카세트테이프가 아니라 CD로 대세가 기울던 때였다. 동네 음반가게를 지날 때면 쌈짓돈을 만지작거리며 저렴한 테이프 코너에서 기웃거리던 나도 점차 CD플레이어로 음악을 듣는 일이 훨씬 자연스러워졌다. 물론 MP3로 음악을 듣고 더 이상 파일마저 소장하지 않는 시대로 넘어오기 전까지의 일이지만.

하우스콘서트 실황 음원을 음반으로 제작하기 시작한 것은 2008년이다. 하콘의 음반은 녹음부터 믹싱, 제작, 유통까지 ‘가내수공업 시스템’을 지향하며 만든 클래식 독립음반이었다. 대중음악계에서 인디뮤지션들에 의해 자체적으로 제작 및 유통되던 방식을 접목한 것으로, 국내 클래식계에서는 처음 시도된 일이었다. 공연 실황을 녹음한 것 그대로 담았기 때문에 스튜디오에서 수차례 녹음하며 완성해 낸 것과는 확연히 다른, 현장감이 살아있는 음반이라는 점도 특징이었다.

연주자들도 처음엔 망설였다. 공연장이 아니라 ‘집’에서 하는 콘서트 실황 연주가 완벽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하지만 곧 흐름이 바뀌었다. 음반으로 제작할 공연을 선별하고 연주자의 동의를 구해 한 해 제작된 음반은 2008년 10종에서 2013년 100종으로, 2016년엔 126종으로 늘어났다. 2016년 당시 450회가량의 하우스콘서트를 진행했으니 전체 공연의 약 30%가 음반으로 나온 셈이다.

하우스콘서트 실황 음반의 스테디셀러는 피아니스트 김선욱·김태형·조성진, 바이올리니스트 권혁주, 클라리네티스트 김한 등 당시 신인 음악가들의 것이었다. 이들이 점차 두터운 팬층을 확보해 나가면서 음반 주문량도 증가했다. 거꾸로 하우스콘서트 음반을 통해 새로운 연주자를 알게 되기도 했다. 공연을 직접 관람한 관객은 실황 음반 출시 소식을 애타게 기다리거나 “만들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특정 연주자의 음반을 모으며 자신의 컬렉션에 하우스콘서트 실황 음반을 포함하기도 했다.

CD를 한 장씩 ‘굽는’ 일은 2019년 12월을 기점으로 중단됐다. 당시 새로 출시된 차량에 더 이상 CD플레이어가 장착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충격받은 일을 생각하면 자연스러운 흐름이었다. 그때만 해도 음악을 듣는 방식이 변하는 것에 섭섭하고 쓸쓸했지만 요즘은 좀 다르다. 하우스콘서트를 유튜브로 알게 됐다는 이야기를 자주 접하는 지금, 새로운 시대의 흐름을 우리만의 방식으로 나름대로 잘 읽어내고 있는 편이라고 위안 삼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끔은 그 동그란 도넛을 굽고 생산하던 때가 그리워진다. 파일마저 소장하지 않는 스트리밍 시대를 지나 우리는 어디까지 변화할까. 음악을 듣는 방식이 혹시 다시 예전으로 회귀하지는 않을지, 소장용 LP가 다시 뜨는 시대에 과연 하콘이 CD를 다시 굽는 일은 없을는지 궁금해진다.

강선애 하우스콘서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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